한의학에서는 질병을 진단할 때 우선 인체 전체를 관찰하면서 환자의 병적 상태와 환자가 호소하는 불편한 사항,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한의학적 증상들을 종합적으로 수집하여 한의학적 사진법(四診法)으로 정확하게 질병을 분석한다. 이를 자세히 설명하면

1. 정체찰병(整體察病·전체적으로 암을 관찰한다)

양의학에서는 눈병에는 눈만 보고, 귓병에는 귀만 보고, 간염에는 간만 보지만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전체 상태를 보면서 그 병을 판단한다. 즉 어떠한 병과 연관되는 모든 부분을 관찰하는 것이다. 인체의 모든 조직·기관·장부는 서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의학적 생리기전을 보면 체내의 오장육부와 외부의 피부, 사지와 오관(五官)은 서로 깊은 연관이 있다. 나무를 예로 들면 땅 속에 묻혀 있는 것은 뿌리고, 몸통과 가지 그리고 잎은 밖에 있다. 하지만 뿌리에 병이 생겨도 증상은 잎과 가지에 나타나며 가지나 잎에 병이 생기면 뿌리에도 병세가 나타나게 마련이다. 인체도 똑같은 원리다.

보이지 않는 오장육부에 병이 발생하면 오관이나 사지 혹은 몸통에 그 증상이 나타나며, 오관이나 몸통 또는 사지에서 병이 생기면 오장육부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이처럼 인체의 내외가 서로 통하는 기전을 한의학에서는 경락(經絡)이란 생체생리기전으로 설명한다. 한의학에서의 침술치료법이 바로 이 경락이란 생체생리기전을 자극해 생체생리기전을 조절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침으로 사지나 몸통을 자극하여 생체생리기능을 조절함으로써 오장육부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2. 사진법(四診法·한의학의 중요한 4가지 진단법)

일반적으로 한의학의 진찰법은 진맥(診脈)만 있는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체의 모든 부분을 관찰해야 한의학적으로 질병을 파악할 수 있으며, 진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3. 설진연구(舌診硏究) - 혀를 관찰하여 암을 진단한다

혀의 색상으로 질병을 진단하는 방법이다. 혀의 상태와 색상 그리고 혓바닥에 끼는 설태(舌苔:혓바닥의 이끼)를 관찰하여 질병의 원인이나 병의 위치 또는 병의 깊이와 변화 등을 알아내는 진찰방법이다. 중국 북경의 한 의학연구소에서 암 환자 3만4천4백17명과 암이 아닌 일반환자 2천4백21명 그리고 건강한 사람 3천2백67명의 혀를 비교 검사한 결과 암 환자 경우 혀색이 붉은 자주색, 청색, 자주색을 보이는 예가 정상인보다 훨씬 많았다.

또 중국 상해의 제일의학원 중의학원연구실에서 1천46명의 암 환자와 5백명의 건강한 사람의 혀를 비교·관찰한 결과에서도 정상색인 연분홍빛을 띤 경우가 암 환자는 40.7%였고 정상인은 81.4%였다. 푸른 자주색 혀는 정상인이 18.8%이고 암 환자는 49.6%로 관찰되었다. 특히 폐암환자에게서는 푸른 자주색을 띠는 예가 더 많았다.

4. 설태로 암을 찾는다

설태(舌苔)는 혓바닥에 끼는 여러 색상의 이끼를 말한다. 4천4백17명의 암 환자의 설태를 조사한 결과 위암 환자의 경우 두껍고 끈적거리는 설태가 제일 많았다. 이러한 설태는 결장암 임프선암 식도암 백혈병 순으로 많았다. 꽂무늬 같은 설태는 비강암 환자에서 가장 많이 나타났고 다음으로는 자궁경부암 환자에서 많았다. 한 연구보고에 따르면 설태가 암의 발생부위를 나타낸다고 한다.

50명의 식도암 환자를 조사한 결과 혀 앞부분, 즉 뾰족한 부분에 설태가 많이 낀 사실이 관찰되었다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혀의 앞 뾰족한 부분을 상단이라 하고, 혀의 중간부분을 중단이라 하며, 혀의 뒷부분을 하단이라 한다. 분문암(賁門癌) 환자의 설태는 혀의 하단에서 많이 관찰되었다. 1백명의 예를 비교한 결과 설태의 위치와 식도암 및 분문암의 위치 부합률은 86%에 달하였다.

임상에서 치료상태에 따라 설태도 변하므로 의사가 설태를 관찰하면 더욱 객관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실제 임상에서 필자는 많은 환자의 설태와 설질(舌質)을 관찰했는데, 환자의 치료 전 설태와 설질이 치료과정에서 정상상태로 변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질병이 치료되면서 설태가 완전히 제거되고 설질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